L-HOUSE / 둘러앉은 집, 나누어쓰는 주말 주택
허허벌판에 집짓기
주말 주택으로 설계된 L-HOUSE의 주변환경은 논과 밭 한 가운데 허허벌판에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낮은 산이 있으나, 주말 주택으로 흔히 상상하게 되는 산 중턱이나 언저리의 아늑함은 없다. 결국, 넓고 비어있는 대지에 놓인 주말 주택에 사적인 마당을 만드는 방법이 주요한 이슈가 되었다. 담벽을 이용하여 사적 영역을 확보하며 생길 수 있는 단절을 피하고자, 건물의 배치만으로 사적인 마당을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자연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네 개의 방을 각각 독립적인 건물으로 분리하였고, 이 네 개의 건물을 유리 복도로 잇는 방식을 취하여 마당이 외부로부터 닫혀있지만 동시에 작은 틈으로 외부와 연결되는 방법을 취하였다. 각 건물동은 중앙 마당을 향하고 있고 바깥을 향하는 벽에는 거의 창을 내지 않았다. 중앙 마당을 향하고 있는 각 건물의 넓은 창으로 인해 내부 공간은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넓은 공간으로 보인다. 덕분에 실제보다 2배 이상 넓은 공간감을 연출하게 된다. 또한, 각 동의 천정은 사각뿔 모양으로 하늘을 향하고 그 끝에는 천창을 계획하여 작은 면적도 넓은 공간감을 얻으면서 동시에 하늘을 각 방에 담을 수 있게 설계하였다.
나누어쓰는 집
L-HOUSE의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필요에 따라 작은 방들을 대여할 수는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건축주는 가족과 친지들과만 이 주택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작은 방들을 개별 임대할 수 있는 주택을 갖고자 하였다. L-HOUSE는 거실/부엌, 황토온돌방 그리고 두 개의 방으로 계획되었다. 거실/부엌과 황토온돌방은 건축주가 상시 사용하겠지만, 남는 두 개의 방은 독립적인 출입이 가능하고 개별화장실을 포함하고 있어서 필요에 따라 공간 대여가 용이하다. 각 공간은 복도로 이어져있으나 개별 동으로 분리되어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독채로 인식될 수 있으며 사용자 모두가 독립성을 얻을 수 있다.
- 염상훈
<즐거운 나의 집>은 삶의 터전으로서의 집보다'자산'으로서의 집만 생각하며 살아온 많은 사람들에게 ‘내 집은 어떠한지, 나의 삶은 어떠한지’ 스스로 묻고, 살아보고 싶은 이상적인 집을 어떻게 현실의 즐거운 나의 집으로 실현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한 전시였다.
주최: 아르코미술관